그동안 내도 누릅나무 민박을 응원해주신 분들께
인낚 회원 삼촌 여러분, 좋은 저녁입니다.

한낮에 햇살이 꽤 뜨거웠는데 일하시는데 힘드시진 않으셨는지요,

제가 민박집을 운영하게 된지 거의 1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을 마지막으로 내도 누릅나무 민박은 공식적으로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최근까지 예약 해주신 많은분들, 작년에 오시고 또 오시려고 연락주셨던 분들에게 다시 모시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누릅나무 민박집은 원래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시던 집으로,
내도에 있는 집들중에는 전망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집안 식구들의 공동명의로 되어있었습니다. 그래서 1년이 지난 오늘 그동안의 집안 어른들과의 상의와 고민끝에 (제 개인적인 욕심은 좀 더 하고싶었지만 ㅎ) 공식적으로 더이상 영업을 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비록 인낚 회원분들에 비하면 반토막도 안되는 제 23년 인생에서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해본 몇안되는 일중 하나이기에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추억하며 제가 그동안 느낀것들을 글로 남겨보고자 이렇게 인낚에 글을 적어봅니다.

가장 먼저, 인생에서 값진 경험과 좋은 인연들을 만들수 있도록 도와준 우리 민박집에 고맙다고 하고싶습니다.

1년간 민박집을 운영하고 관리해보면서 제 사회 초년기에 정말 좋은 경험이 되었더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웃어른으로서 대하는 방법, 손님으로서 대하는 방법, 같은 낚시인으로서 대하는 방법 등,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많이 배운것 같습니다.

그리고 좋은 인연들,

부산에서 오셔서 같이 낚시도 하고 언젠가 가을에 꼭 거문도에 낚시하러 가자고 약속하신 삼촌 세분,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주디터진5짜 경철이삼촌..ㅎ 그때는 죄송했습니다..ㅎㅎ
그리고 응원해주신 벵크러쉬 삼촌들 고맙습니다!

울산에서 오셔서 제가 정리해놓은것보다 더 깨끗이 청소하고 나가주시고 더운데 고생한다면서 아이스커피 사주신 정말 점잖으시고 매너있으셨던.... 정말 양반같으셨던 부부 내외분들, 두분보다 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나가신 손님을 본적이 없습니다... 하하


포항에서 오신 낚시터에서 만나셨고 평생을 낚시친구로 지내셨다던 할아버지들.. 밥은 먹고 일하라고 라면 끓여주시던 할아버지들.. 그때 끓여주신 라면보다 맛있는 라면은 아직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보고싶습니다.

창원에서 사위들 데리고 오신, 젊은이가 열심히 일하고 싹싹하다며 본인 회사에서 일해볼 생각 없냐고 명함주시고 가신 가족분들, 명함을 잃어버려서 연락해볼 방법이 없습니다. 주신 명함 잃어버려 죄송하고, 사위들이 장인어른과 같이 낚시하면서 쩔쩔매고 어려워하던 모습이 어린 제 눈에 너무 웃겨서 기억에 남습니다.

모두 그리운 모습이고 정말 좋은 추억과 좋은 인연으로 남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혹여나 이 글을 보신다면 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정말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저희 민박은 독채라서 손님이 있으면 제가 상주할 공간이 앖어서,
손님이 있으면 저도 들어가서 안내해드리고 나오고, 손님이 나가시면 제가 다시 들어가서 청소를 하고 나오는 방식으로 관리를 해왔습니다.
덕분에 손님들은 편하게 지내실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부분을 악용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고기를 못잡으셔서 전날 열심히 잡아놓았던 벵에돔을 열댓마리 내어드렸더니, 다음날 가보니까 손질한 대가리, 내장을 수건에 싸서 세탁기 안에 넣고 가셨던분들..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만큼 사람에게 실망했던 날이었습니다. 그날 정말 우울했고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른곳에서는 그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심야보일러라고 미리 말씀들 드렸음에도 술에 취하셔서 밤에 전화하셔 보일러가 안된다고 욕을 하시던 분들... 이분들 환불해드리고 제 사비로 옆 민박집으로 옮겨드려 손실이 꽤 있었습니다.

짐을 민박집까지 올릴수 있는 모노레일이 고장나서 짐을 같이 좀 들고가셔야겠다고 말씀드리니 본인들은 못들고간다고 저보고 옮기라고 하셨던분들... 제가 해드리는게 맞긴 하나 6명의 1박2일치 짐을 저혼자 섬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많이 힘들었습니다.. 덕분에 땀좀 뺐습니다...ㅋㅋㅋㅋㅋ

창고에 둔 제 낚시장비랑 밑밥 가져가신분... 15살에 찌낚시를 처음 배울때부터 사용한 장비라 소중히 생각하고 애착이 있는 장비입니다. 가져가셨기에 원망스럽긴 하나 오래도록 사용해주셨으면 합니다.

사람이 항상 상주하지 않기에 들어갈때 나갈때의 변화를 정말 극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너무 큰 기대를 한것도 문제이지만 너무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이제는 쓰레기치우는것과 정리정돈에는 도가 텃습니다. 또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희 민박집은 거제 본섬이나 부속섬의 다른 민박에 비해 독채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평일,주말,성수기,비성수기 모두 2인 8만원 4인 10만원이라는 가격으로 운영을 했습니다. 거제 토박이로서 거제에서 이정도 가격의 독채민박이나 펜션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에누리를 요구하시면 혹여나 실망하실까 약한 마음에 깎아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손님이 한번 오면 제가 섬을 두번 왔다갔다 해야하기에 도선비가 2만원씩 지출이 되었습니다. 이런 부분이 영업상으로 실패했던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월 매출은 성수기에 300만원 정도 되었으나. 낮은 가격책정과 제 도선비, 전기세,수도세 등등 다 제하고 나니 가장 장사가 잘될때에도 순 이익은 180만원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좋은일도, 나쁜일도 많았습니다.

거의 좋은일들이 많았습니다.

항상 손님들 안내해드리고 마지막배 올때까지 낚시를 할 수 있었다는게 너무 행복했습니다. 작년 6월에서 9월까지는 제 낚시인생에서 가장 원없이 낚시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벵에 기록도 많이 깼습니다. 만족스러웠습니다.

실질적으로 갈수 있는 도보 포인트가 방파제밖에 없었습니다.
도보포인트 개발을 하려고 노력했으나 실제 낚시를 해보니 포인트로는 가치가 없는 포인트들이 많았고 가는 길이 너무 험해 저도 장비메고 암벽등반 수준으로 가야했기에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나름 방파제에서도 다양한 장르와 어종의 패턴과 포인트를 경험과 테스트로 연구하며 그 정보들은 손님분들께 알려드리고, 그분들이 손맛을 보셨을때 제가 손맛을 본것과는 또다른 만족감으로 행복했습니다.

손님들이 민박집에서 잘쉬고 나간다고, 재밌었다고, 덕분에 좋은 휴가였다고, 다음에 또 오겠다고 문자로 남겨주시고 떠날때마다 너무 마음이 따뜻해졌고 행복했습니다. 다들 감사합니다.

막상 마무리 하려니 너무 아쉽고 미련이 남습니다.

지금은 사업을 할 수 있는 밑천도 없고 설령 있더라해도 제가 아직 한명의 사람으로 준비가 안되어있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 대마도의 낚시민숙들 처럼 멋지고 편안한 낚시민숙을 한국에 만들어보는것이 제 꿈중에 하나입니다.
언젠가 그 날이 오면 저는 제 인생을 나름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을것 같습니다.

민박집은 이제 더이상 안하지만 그동안 와주신분들과 도움주신분들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항상 많이 챙겨주고 내도에서 항상 절 응원해주시고 여러모로 좋은 조언과 도움주신 둘자고모,옥선이 이모 고맙습니다.
(내도카페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둘자고모 성격이 호탕해서 개인적으로 많이 따랐습니다.)

혼자 낚시할때 심심하지 않게 옆에서 같이 낚시해주신 기장댁아저씨 감사합니다. 가끔 낚시하러 가겠습니다.

항상 퉁명스럽게 말씀하시지만 민박집 시설과 모노레일에 문제가 있을때마다 도와주시던 어촌계장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다음에 맛있는거 사들고 한번 가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내도에 가셨는데 제일 나이들어보이고 툴툴거리시는 할아버지가 보인다면 이분이십니다, 말은 퉁명스럽게 하셔도 좋은분입니다.)

갈때마다 반겨주시고 말씀하시는게 너무 재밌는 도선 선장님, 항상 안전하게 섬에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이 늦어서 도선 놓치거나 제가 배를 놓칠때 어장관리선으로 섬까지 데려다주던 구조라 인호삼촌 고맙습니다. 조만간 주말에 가두리 일 한번 도와드리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턱대고 내맘대로 민박집 운영하는걸 지켜봐준 엄마아빠, 민박집 운영할수 있게 도와준 큰아빠들,막내삼촌 고맙습니다.

그동안 다녀가셨던 분들의 기억속에 내도와 누릅나무 민박집이 가족들과, 친구들과, 조우들과의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었으면 하는게 민박집 관리자로서 마지막날의 바램입니다.

저희집이 아니라도 내도에는 두곳의 펜션이 있습니다.

겨울에는 동백이, 여름에는 바다가 이쁜 정말 아름답고 조용한 섬입니다. 언젠가 한번 놀러와주셨으면 합니다.

민박집은 그만두지만.. 낚시는 그만두지 않습니다..ㅋㅋㅋ
혹시나 갯바위나 배에서 쯔리겐 조끼에 좀 젊어보인다 싶으면 아는척 해주세요! ㅋㅋㅋ

하고픈 말이 더더 많았던거 같은데 싱숭한 마음에 못먹는 술을 한잔 했더니 기억이 잘 안납니다. 인낚 회원 여러분들 항상 즐낚 안낚 하시고 대물하시고 갯바위에서 배 타고내릴때 꼭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좋은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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